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'라디오 스타'의 시사회가 있었던 그 주에는 추석 시즌을 겨냥한 여타 다른 한국영화의 시사회가 몰려있어 사흘 동안 총 네 편의 영화를 봐야 했다.
영화 보기가 서서히 지쳐갈 무렵 마지막으로 본 영화가 '라디오 스타'였다. 영화 초반에 축 늘어진 자세와 지친 심신으로 객석에 몸을 파묻고 낄낄대고 있는데, 다방 레지 김양(한여운 분)이 커피배달 왔다가 얼결에 방송을 타게 되는 그 장면부터 객석에 파묻힌 몸이 나도 모르게 스크린쪽으로 확 당겨지고 있었다. 김양이 마이크에 대고 울먹이며 "엄마, 비 오네?"라고 말하는 동시, 비에 젖은 잎사귀가 클로즈업 되던 그 순간부터 나는 이 영화에 매료되고 만 것이다. 왕년에 한 가닥 했지만 이제는 잊혀진 반짝 록가수와 그의 매니저의 20년 가까운 갈등, 화해를 통한 인간애의 확인이라는 영화의 골격은 보기도 전부터 질릴 정도로 숱하게 다루어진 소재다. 그러나 '라디오 스타'는 저런 틀에 박힌 수식어 몇 단어로 표현해내기에는 매우 벅찬 감성이 담겨있다. 그 감성은 추억이기도 하거니와 그리움이기도 하겠지만, 내가 영화를 본다는 아주 일상적인 행위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있는 것인가를 새삼 되새겨주는 여유와 넉넉함이다. 빗방울이 똑 똑 떨어지는 푸른 잎사귀에서부터 낚시에 열중하는 아저씨들의 뒷 모습, 상점 앞에서 쪼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는 세탁소 주인, 장터에를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. 그리고 헬리콥터를 띄워 촬영했다는 영월을 비롯한 산과 바다, 도시의 전경 몽타주씬은 그러한 영화의 감성을 조용하지만 강력하게 전달하는 수단이자 이 영화의 압권인 장면이다. 게다가 이제는 더이상 기대할 것이 없을 것만 같았던, 한참 전성기가 지난 안성기, 박중훈 투톱의 연기는 '구관이 명관'이라는 옛 선인의 말씀이 결코 말장난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한다. 영화에 별점을 매겨주는 그 어떤 객관적 기준이 존재할리 만무하지만 설사 존재한다하더라도 그 모든 것을 다 무시하고 별 다섯개를 꽉 채우고 싶을 만큼 '라디오 스타'의 울림은 깊었고 컸으며 오래 지속되었다. ![](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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